읽고 싶은 시316 너의 목소리 / 오세영 너의 목소리 / 오세영 너를 꿈꾼 밤 문득 인기척에 잠이 깨었다. 문턱에 귀대고 엿들을 땐 거기 아무도 없었는데 베개 고쳐 누우면 지척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나뭇가지 스치는 소맷깃 소리. 아아, 네가 왔구나. 산 넘고 물 건너 누런 해지지 않는 서역 땅에서 나직이 신발을 끌고 와 다.. 2013. 4. 16. 당신/유하 당신/유하 오늘밤 나는 비 맞는 여치처럼 고통스럽다 라고 쓰다가, 너무 엄살 같아서 지운다 하지만 고통이여, 무심한 대지에게 칭얼대는 억새풀 마침내 푸른빛을 얻어내듯, 내 엄살이 없었다면 넌 아마 날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열매의 엄살인 꽃봉오리와 내 삶의 엄살인 당신, 난 .. 2013. 4. 15. 존재 그 쓸쓸한 자리 / 이해인 존재 그 쓸쓸한 자리 / 이해인 언젠가 한번은 매미처럼 앵앵 대다가 우리도 기약없는 여행길 떠나갈 것을 언젠가 한번은 굼벵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쨍하고 해뜰날 기다리며 살아왔거늘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풀잎에 반짝이고 서러운 것은 서러운대로 댓잎에 서걱인다. 어제 나와 악수.. 2013. 4. 13. 봄 길 / 정승호 봄 길 / 정승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이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흗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 2013. 4. 9. 이전 1 ··· 57 58 59 60 61 62 63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