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316 유월의 언덕 / 노천명 유월의 언덕 /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 2018. 6. 7. 기다림 / 조병화 기다림 / 조병화기다리는 게 있다는 건얼마나 생기로운 비밀인가가쁘게 목타게 살아가는 나날을이어주는 숨은 지하수가 아닌가먼 곳에서 아물아물 가물거리며 다가오는 듯한 기별 같은거, 소식 같은거기다리는 게 있다는 건얼마나 아련스러운 위안이랴사방천지 모두 차단된거 같은멍멍한 이세상에서, 엄동설한에겨울 물처럼 숨쉬고 있는기다림 같은 게 있다는 건얼마나 애절스러운 사랑이랴무수한 사람들에게 채여얼 얼 방향을 잃고 허둥거리는이른봄 벌레처럼 처진자리에아찔 아찔 아찔거리는기다림 같은 게 있다는 건얼마다 보살같은 따사로움이랴보일 듯이,잡힐 듯이,들릴 듯이가까운 어느곳에기다림 같은 것이 아롱거리는 건얼마나 잔인한 그리움이랴아, 기다림이 있다는건얼마나 고독한 긴, 긴,벌인가 Ice And Fire / Stive Morgan .. 2018. 5. 12. 그해 봄 / 도종환 그해 봄 / 도종환 그해 봄은 더디게 왔다 나는 지쳐 쓰러져 있었고 병든 몸을 끌고 내다보는 창 밖으로 개나리꽃이 느릿느릿 피었다 생각해 보면 꽃 피는 걸 바라보며 십 년 이십 년 그렇게 흐른 세월만 같다 봄비가 내리다 그치고 춘분이 지나고 들불에 그을린 논둑 위로 건조한 바람이 며칠씩 머물다 가고 삼월이 가고 사월이 와도 봄은 쉬이 오지 않았다 돌아갈 길은 점점 아득하고 꽆 피는 걸 기다리며 나는 지쳐 있었다 나이 사십의 그해 봄 Bill Douglas – Hymn (1989) 스마트폰 듣기 2018. 5. 3. 5월의 노래 / 황금찬 5월의 노래 / 황금찬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려 있던 난초가 꽃피는 달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5월이다. Dulce Melodia / Gheorghe Zamfir 스마트폰듣기 스마트폰저장 2018. 5. 1. 이전 1 2 3 4 5 6 7 8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