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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317

낙화 / 이형기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Tim Janis - September Tim Janis - September 스마트폰 듣기 2018. 9. 15.
삶의 오솔길을 걸으며 / 이정아 삶의 오솔길을 걸으며 /이정아 살아온 세월은 아름다웠다고 비로소 가만가만 끄덕이고 싶습니다. 황금저택에 명예의 꽃다발로 둘러 쌓여야만이 아름다운 삶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길지도 짧지도 않았으나 걸어온 길에는 그립게 찍혀진 발자국들도 소중하고 영원한 느낌표가 되어주는 사람과 얘기꺼리도 있었노라고 작아서 시시하나 안 잊히는 사건들도 이제 돌아보니 영원한 느낌표가 되어 있었노라. 그래서 우리의 지난날들은 아름답고 아름다웠노라. 앞으로도 절대로 초조하지 말며 순리로 다만 성실을 다하며 작아도 알차게 예쁘게 살면서 이 작은 가슴 가득히 영원히 느낌표를 채워 가자고 그것들은 보석보다 아름답고 귀중한 우리의 추억과 재산이라고 우리만 아는 미소를 건네주고 싶습니다. 미인이 못되어도 일등을 못 했어도 출세하지 못했어도 .. 2018. 8. 25.
아침 이슬 / 문정희 아침 이슬 / 문정희 지난밤 무슨 생각을 굴리고 굴려 아침 풀잎 위에 이렇듯 영롱한 한 방울의 은유로 태어났을까 고뇌였을까, 별빛 같은 슬픔의 살이며 뼈인 생명 한 알 누가 이리도 둥근 것을 낳았을까 고통은 원래 부드럽고 차가운 것은 아닐까 사랑은 짧은 절정, 숨소리 하나 스미지 못하는 순간의 보석 밤새 홀로 걸어와 무슨 말을 전하려고 아침 풀잎 위에 이렇듯 맑고 위태한 시간을 머금고 있는가 Human Story / Alireza Heydari 스마트폰듣기 스마트폰저장 2018. 8. 22.
내가 시를 쓰는 건 / 조병화 내가 시를 쓰는 건 / 조병화내가 시를 쓰는 건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나를 떠나기 위해서다 나와 작별을 하기 위해서다 하나를 쓰고 그만큼 둘을 쓰고 그만큼 셋을 쓰고 그만큼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너에게 편질 쓰는 건 언젠가 돌아올 너와 나의 이별 그것을 위해서 너를 버리기 위해서다 너를 떠나기 위해서다 너와 작별을 하기 위해서다 아무렇게나 버리기엔 너무나 공허한 세상 소리없이 떠나기엔 너무나 쓸쓸한 우리 그냥 작별하기엔 너무나 깊은 인연 내가 시를 쓰는 건 하나 하나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나를 떠나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나를 잊기 위해서다 그와 같이 내가 네게 편질 쓰는 건 머지않아 다가올 너와 나의 마지막 그 이별 그걸 위하여 하나 하나 너를 버리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너를 떠나기 위해서다 .. 2018.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