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고 있는 끝자리에 앉아
시간을 도리켜 보는 지금
초가을의 가을과
막마지로 접어든 늦가을이 이렇게 다른 데
나에게 왔던
가을을 천천히 즐겨야 했었다
마음이 바빠 몸도 덩달아 바빠 버린 가을이지만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느긋하게 앉아 차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었던 날들
무엇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가야
많은 가을을 그윽하게 바라 볼 수 있고
바람의 숨결도 살갑게 만질 수 있었을 덴데
가을을
마음에 담지 못하고
피사체만 찾아 시간을 소일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날씨가 추워지고
단풍잎도 지고 없는 지금,
가고 있는 가을을 아쉬움 없이 즐기며 보내고 싶다
아주 천천히
The Hope I / Ketil Bjornst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