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 싶은 시

기다림 / 곽재구

by 가을, 바람 2017. 2. 12.




기다림   / 곽재구

 

   


     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 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출렁이고
     작은 물새 두 마리가 해 뜨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갑니다
     사랑하는 이여
     설령 당신이 이 나루터를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설레이는 물살처럼 내 마음
     설레이고 또 설레입니다.




Perplexed, I Reached the Edge of Autumn / Fariborz Lachini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  (0) 2017.02.20
혼자 / 이병률  (0) 2017.02.18
2월 - 오세영  (0) 2017.02.01
바람이고 싶어라 / 서정윤  (0) 2017.01.29
시간의 몸짓 / 문정희  (0) 2017.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