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 싶은 시

바람이고 싶어라 / 서정윤

by 가을, 바람 2017. 1. 29.



바람이고 싶어라 / 서정윤



그저 지나가버리는,
이름을 정하지도 않고
슬픈 뒷모습도 없이
휙하니 지나가버리는 바람.

아무나 만나면
그냥 손잡아 반갑고
잠시 같은 길을 가다가도
갈림길에서
눈짓으로 헤어질 수 있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라.

목숨을 거두는 어느 날
내 가진 어떤 것도 나의 것이 아니고
육체마저 벗어두고 떠날 때
허허로운 내 슬픈 의식의 끝에서
두 손 다 펴보이며 지나갈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어라.

너와 나의 삶이 향한 곳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슬픈 추억들 가슴에서 지우며
누구에게도 흔적 남기지 않는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어라
바람이어라. 



 Georges Bizet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다림 / 곽재구   (0) 2017.02.12
2월 - 오세영  (0) 2017.02.01
시간의 몸짓 / 문정희  (0) 2017.01.15
바 람 꽃 / 신달자  (0) 2017.01.14
바다에서 / 서 정윤  (0) 2017.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