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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

시간의 몸짓 / 문정희

by 가을, 바람 2017. 1. 15.



 

 

시간의 몸짓 / 문정희

 

 

 

 친구에게 묻는다.
  왜 시간은 언제나 쓸쓸한 것일까.
  영롱한 빛깔로 유혹하지만
  손에 잡고 보면 돌연히 칙칙한 색으로
  변하고 마는 이구아나처럼
  금세 추위에 떠는 빈 가지가 되는 것일까.
  그 위에 소복한 눈을 얹어 보기도 하고
  새 한마리를 그려 넣기도 하고
  무성한 꽃과 잎들을
  때로는 폭풍을 감아 보기도 하지만
  깊게 사랑을 새긴 사람에게도 결국
  부드러운 솜털 하나 남기지 않는
  저 겨울 나무 같은
  시간은 다만 허위였던가.

  친구에게 묻는다.
  오직 보이는 것만이 현실이라면
  그 현실은 또한 어디에 남았는가.
  망설이고 주저하고 참다가
  보내 버리는
  시간은 영원히 쓸쓸한 몸짓뿐일까.






A Face So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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