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몸짓 / 문정희
친구에게 묻는다.
왜 시간은 언제나 쓸쓸한 것일까.
영롱한 빛깔로 유혹하지만
손에 잡고 보면 돌연히 칙칙한 색으로
변하고 마는 이구아나처럼
금세 추위에 떠는 빈 가지가 되는 것일까.
그 위에 소복한 눈을 얹어 보기도 하고
새 한마리를 그려 넣기도 하고
무성한 꽃과 잎들을
때로는 폭풍을 감아 보기도 하지만
깊게 사랑을 새긴 사람에게도 결국
부드러운 솜털 하나 남기지 않는
저 겨울 나무 같은
시간은 다만 허위였던가.
친구에게 묻는다.
오직 보이는 것만이 현실이라면
그 현실은 또한 어디에 남았는가.
망설이고 주저하고 참다가
보내 버리는
시간은 영원히 쓸쓸한 몸짓뿐일까.
A Face So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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