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체워지는 것 있으니 / 소정 김태연
겨울산은
하얀 잔설로 하여
잠이 든 듯 조용했고
먼 곳까지 투명해진 산 빛이
신선해서 좋다
계곡 허리로 흐르는
정적 그 침묵에
지우기를 반복했던 기억의 파편
폴폴 날려 볼 일이다
많은 날
격정으로 시달렸던 이별 앞에
오늘의 해 저물어 가고
뜨거운 눈물도
산 그림자에 스며 어두움이 된다
아끼고 사랑했던 지난 일과
헤어지는 일로 해서
아파 할 일 아니다
떠나는 자리
다시 채워지는 것 있으니.
사진 글 / 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