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닷가
가을비가 오락가락
흐리게 젖어 있는 회색바다를
친구와 찾아 가는 날
조금은 들뜬 마음이다
바다는 언제나 첫사랑의 그리움처럼
그립고 설레임을 주기에...
바람이 불지 않은 조용한 바닷가에
잔잔히 부셔지는 파도가
발아래 쓸려 와
지난 이야기를 흘려 놓고 간다
들을 수 도 볼 수 없는
혼자만의 이야기를,
파도에 밀려오다 미쳐 따라가지 못한 조개를 주우며
소녀가 되어 웃고 웃는 마음
나를 잊으며 시간을 잊으며
파도와 함께 하는 시간
자유스러운 평화가 행복했다
늦어진 시간을 재촉하면 일어선 우리
가물한 지평선을 아득히 바라보며
내가 그랬듯이
친구의 얼굴에 그림자로 스쳐가는 외로움을 보았다
서로의 색깔이 다르지만
살아온 삶 속에 숨겨 두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둘 쯤은 있으리라
그래 묻지 말자
그래 말하지 말자
이만큼 살아 왔는데
앞으로 자신을 위해 다져가는 우리라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짙은 회색으로 어두워가는 바닷가를
먼 시선으로 작별하면서
한방울 떨구는 눈물은
가슴 밑에 흐르는 외로움 때문만이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