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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

서성인다 / 박노해

by 가을, 바람 2013. 11. 14.

 

 

 

서성인다 / 박노해

가을이 오면 창밖에
누군가 서성이는 것만 같다
문을 열고 나가 보면 아무도 없어
그만 방으로 돌아와 나 홀로 서성인다

가을이 오면 누군가
나를 따라 서성이는 것만 같다
책상에 앉아도 무언가 자꾸만 서성이는 것만 같아
슬며시 돌아보면 아무도 없어
그만 나도 너를 따라 서성인다

선듯한 가을바람이 서성이고
맑아진 가을볕이 서성이고
흔들리는 들국화가 서성이고
남몰래 부풀어 오른 씨앗들이 서성이고
가을편지와 떠나간 사랑과 상처 난 꿈들이

자꾸만 서성이는 것만 같다

가을이 오면 지나쳐온 이름들이
잊히지 않는 그리운 얼굴들이
자꾸만 내 안에서 서성이는 것만 같다

 

 

 

Andante Gold Leaves / Michael Hop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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