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간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 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 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위에 쓰러진다
Hideo Yamaki & Bruce Miller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 문정희 (0) | 2013.01.21 |
---|---|
겨울강 / 정호승 (0) | 2013.01.19 |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하 (0) | 2013.01.14 |
겨울 /조병화 (0) | 2013.01.04 |
어떤 마을 / 도종환 (0) | 2013.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