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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

바람이여 ... 정호승

by 가을, 바람 2012. 12. 27.

 

 

 

바람이여 ... 정호승


바람이고 싶어라
그저 지나가버리는,

이름을 정하지도 않고
슬픈 뒷모습도 없이
휙하니 지나가버리는 바람.

아무나 만나면
그냥 손잡아 반갑고
잠시 같은 길을 가다가도
갈림길에서 눈짓으로 헤어질 수 있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라.

목숨을 거두는 어느 날
내 가진 어떤 것도 나의 것이 아니고
육체마저 벗어두고 떠날 때

허허로운 내 슬픈 의식의 끝에서
두 손 다 펴보이며 지나갈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어라.

너와 나의 삶이 향한 곳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슬픈 추억들 가슴에서 지우며

누구에게도 흔적 남기지 않는
그냥 지나는 바람이어라
바람이어라.

 

 

금지된 장난 주제곡 사랑의 로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