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가는 세월을 뒤 따라가는
지금 나의 심사는 편안하지 않습니다
생기 넘치는 세상길과 멀어져가는 아득함에
조금은 허탈하고 조금은 무겁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이별도 해야 하는 일들이
점점 가까이 온다는 현실을 받아 드려야 하는 미음이 씁쓸합니다
살아온 뒷모습을 바라보면 많은 후회와 아쉬움이 발목을 잡지만
능력의 한계와 지혜가 부족한 탓이려니 스스로 위안을 하며
짧게 남은 날의 삶,
아껴 사랑하고 후회를 줄이며 살고 싶습니다
나이 듦이 이토록 서글픈데 감성마저 메말라
나무 등걸 같은 딱딱한 가슴 속
살아온 세월의 떼를 맑게 행굽질해
가을 외로움에 눈가가 젖고
들길을 홀로 걷는 그런 가을에 젖고 싶습니다
철이 없다는 말을 해도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 한 잎은 바라보며 아파하는 서정이고 싶습니다
온 산야를 현란한 아름다움으로 치장하다
아름다움을 올올히 벗어낸 처연한 가을이라는 계절 앞에
우리는 사색하며 때로는 외톨이가 되는 고독의 잔영들이 힘들게 하여도
가을이 주는 특혜라 생각하며 즐기며 만끽하고 싶습니다
어느 계절보다 우리를 사색케 한 이 가을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잊고 있었던 나를 찾고 싶습니다
예전의 나를 만나고 싶습니다.
사진 글 / 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