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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

생명 / 김남조

by 가을, 바람 2014. 2. 5.
      생명 / 김남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꽃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 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 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 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

      Aeoliah - Ra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