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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

사랑의 말 / 김남조

by 가을, 바람 2013. 12. 28.

 

사랑의 말 / 김남조



사랑은
말하지 않는 말,
아침 해 단잠을 깨우듯
눈부셔 못 견딘
사랑 하나
입술없는 영혼 안에
집을 지어
대문 중문 다 지나는
맨 뒷방 병풍 너메
숨어사네

옛 동양의
조각달과
금빛 수실 두르는 별들처럼
생각만이 깊고
말하지 않는 말,
사랑 하나

사랑을 말한 탓에
천지간 불 붙어버리고
그 벌이 시키는 대로
세상 양끝에 나뉘었었네
한평생
다 저물어
하직삼아 만났더니
아아 천만번 쏟아붓고도
진홍인 노을

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The Silver Veil - Bernward K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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