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함에 대하여 / 도종환
은은하다는 말 속에는 아련한 향기가 스미어 있다
은은하다는 말 속에는 살구꽃 위에 내린
맑고 환한 빛이 들어 있다
강물도 저녁 햇살을 안고 천천히 내려 갈 땐
은은하게 몸을 움직인다
달빛도 벌레를 재워주는 나뭇잎 위를 건너갈 땐
은은한 걸음으로 간다
은은한 것들 아래서는 짐승도 순한 얼굴로 돌아온다
봄에 피는 꽃 중에는 은은한 꽃들이 많다
은은함이 강물이 되어 흘러가는 꽃길을 따라
우리 남은 생도 그런 빛깔로 흘러갈 수 있다면
사랑하는 이의 손잡고 은은하게 물들어갈 수 있다면.
The Calling - The Sacred Well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 숲으로 가는 길 1"유하 시인 (0) | 2013.06.04 |
---|---|
비 내리는 날 / 이해인 (0) | 2013.05.27 |
"사람의 향기" / 이 병금 (0) | 2013.05.07 |
해질 무렵 어느날 / 이 해 인 (0) | 2013.05.03 |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 롱펠로우 (0) | 2013.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