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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

생의 한 저녁/ 조행자

by 가을, 바람 2013. 2. 17.

 

 

 

생의 한 저녁/ 조행자

 


말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말하지 않았다

그것이 편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나를 죽은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들의 생각이 그럴 수 있다에 머물렀을 때

난 그저 씩 웃으며 마음을 지웠다


어두운 대기 속으로 몸을 감추는

들꽃 길을 따라가며

내 존재의 자리는 어디인가란 생각보다

무관심에 관한 긴 휴식을 떠올렸다


가끔은 어둠의 가장 깊고 부드러운 안식에서

수 없이 그렸다 지웠던 욕망의 얄팍함에 기대었던

어둠의 과거를 생각했다


무엇인가 지상에서의 부질없는 것들은

누가 나를 죽은 사람으로 생각해도

내 부재의 자리를 가볍게 즐기는 오늘 저녁 생이여,


그래도 끝내 삶을 버려두지 않기에

마음 지운 자리 꼿꼿이 피어낸 망초꽃 한다발

 

 

 

Fonaxe Me /  Arle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