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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

기다림 / 조병화

by 가을, 바람 2018. 5. 12.

 

 

 

기다림 / 조병화



기다리는 게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비밀인가
가쁘게 목타게 살아가는 나날을
이어주는 숨은 지하수가 아닌가

먼 곳에서 아물아물
가물거리며 다가오는 듯한
기별 같은거, 소식 같은거
기다리는 게 있다는 건
얼마나 아련스러운 위안이랴

사방천지 모두 차단된거 같은
멍멍한 이세상에서, 엄동설한에
겨울 물처럼 숨쉬고 있는
기다림 같은 게 있다는 건
얼마나 애절스러운 사랑이랴

무수한 사람들에게 채여
얼 얼 방향을 잃고 허둥거리는
이른봄 벌레처럼 처진자리에
아찔 아찔 아찔거리는
기다림 같은 게 있다는 건
얼마다 보살같은 따사로움이랴

보일 듯이,잡힐 듯이,들릴 듯이
가까운 어느곳에
기다림 같은 것이 아롱거리는 건
얼마나 잔인한 그리움이랴

아, 기다림이 있다는건
얼마나 고독한 긴, 긴,벌인가

 

Ice And Fire / Stive Mor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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