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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

그해 봄 / 도종환

by 가을, 바람 2018. 5. 3.

 

 

 

 

 

그해 봄 / 도종환
           

그해 봄은 더디게 왔다
나는 지쳐 쓰러져 있었고
병든 몸을 끌고 내다보는 창 밖으로
개나리꽃이 느릿느릿 피었다

생각해 보면
꽃 피는 걸 바라보며 십 년 이십 년
그렇게 흐른 세월만 같다

봄비가 내리다 그치고 춘분이 지나고
들불에 그을린 논둑 위로
건조한 바람이 며칠씩 머물다 가고
삼월이 가고 사월이 와도
봄은 쉬이 오지 않았다

돌아갈 길은 점점 아득하고
꽆 피는 걸 기다리며 나는 지쳐 있었다
나이 사십의 그해 봄

 

 

 

 

Bill Douglas ‎– Hymn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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