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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

길 / 백 창우

by 가을, 바람 2018. 1. 29.



거리 1 / 백창우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소나기 쏟아져
내 삶을 온통 적시는 것을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
꿈도 없는 긴 잠 속에 며칠이고
나를 눕히고 싶다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바람 몰아쳐
내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것을
아무도 없는 어둠 한 구석
찬벽에 등 기대 앉아
새벽이 오도록 별을 바라보고 싶다

너는 안다
너는 내 마음 속에 나는 네 마음 속에
이토록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때때로 우린 철저히 혼자라는 것을






거리 2 / 백창우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너는 너를 살고
나는 나를 살아
우리의 삶이 많이 달라 보일 수도 있겠지
네가 쫓는 파랑새가
내 앞길엔 없고
내가 찾아내 이름 붙여준 아주 조그만 별이
네 하늘엔 없을 수도 있겠지
네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내겐 별볼일 없고
내 영혼을 사로잡는 시 한 편이
네겐 그저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도 우린 이렇게 함께 살아가지
가끔 서로의 살아 있음을 확인하며
넌 너의 이름을 갖고
난 나의 이름을 갖고
넌 너의 얼굴로
난 나의 얼굴로





거리 3 / 백창우 


 

그대와 내가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일은
참 좋다
사랑은 둘이서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각기 바라보는 곳에 대해 이해하는 것
그대는 그대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더라도
우리 사랑 훼손받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은
그대가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나를 사랑하는 일
내가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그대를 사랑하는 일




Falling In The Moonlight ... Kenny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