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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

인간 / 조병화

by 가을, 바람 2015. 9. 15.

Sanctuary-L'etre las L'

 

  

인간 / 조병화

  

  수명에 한도가 있는 육체
  안에
  삶과 죽음을 한 몸으로 동거시켜
  잠시 불을 밝히고 있는
  이 가숙(假宿)

  작별을 하며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항상 떠나는 생각
  속으로 속으로
  그 오늘을 산다

  삶과 죽음을 품고
  죽음은 삶을 키워
  한 몸으로 동행을 하는 거
  동행하다 그 몸 허물어지면
  그뿐
  그곳에서 헤어지는 거

  육체는 사그러지며
  불은 꺼진다

  욕망은 땅에
  포기는 하늘에
 
  삶과 죽음, 서로 작별할
  보이는 세상
  보이지 않는 생각
  그 길목
  그 곳에서 나는 바람이지

  삶과 죽음
  한 몸에
  동거하는 이 가숙(假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