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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

내 속에는 나무가 살고 있다 /.나 호열

by 가을, 바람 2015. 9. 3.

 


내 속에는 나무가 살고 있다 /.나 호열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문득 내 앞을 가로막아 서는
저 거대한 침묵이
마지막으로 내가 마주 할 외로움이면
두 팔로도 껴안을 수 없고
고개 들어도 아득한 그런 외로움 이라면
차라리 사랑하기로 했다.

네 앞에 서면 말을 배운 것이 부끄러워진다.
천천히 늘어뜨리는 향내나는 치맛자락처럼
그림자 하나가 마당을 덮고
담장 무너뜨리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높은 산을 넘어간다.

너는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너는 소리내지 않고 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너는 우주의 중심이 어딘지
내게 알려 주었다.

이렇게 멀리 서서야 온전히
너를 바라보며
사랑할 수 있다니.

 

 

 

 

Cold Tea Blue / Cowboy Jun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