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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

너의 목소리 / 오세영

by 가을, 바람 2014. 3. 24.

 

 

너의 목소리 / 오세영


너를 꿈꾼 밤
문득 인기척에
잠이 깨었다.
문턱에 귀대고 엿들을 땐
거기 아무도 없었는데
베개 고쳐 누우면
지척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나뭇가지 스치는 소맷깃 소리.
아아, 네가 왔구나.
산 넘고 물 건너
누런 해지지 않는 서역 땅에서
나직이 신발을 끌고 와
다정하게 부르는
너의 목소리,
오냐, 오냐,
안쓰런 마음은 만리 길인데
황망히 문을 열고 뛰쳐나가면
밖엔 하염없이 내리는 가랑비 소리,
후두둑,
댓잎 끝에 방울지는
봄비 소리.

Minoraki / Haris Alexi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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