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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

12월 / 이외수

by 가을, 바람 2014. 12. 1.

 

 

12월

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
쓸쓸하라고
눈이 내린다

닫혀 있는 거리
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
종말처럼 날이 저문다

가난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그대 더욱 목메이라고
길이 막힌다

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
누군가 흐느끼고 있다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폭설 속에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이 한 해의 마지막 언덕길
지워지고 있다

 

 


(이외수·소설가, 1946-)

 

 

 12월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오세영·시인, 1942-)

 

 

 


Pulleys Against The Breeze - Dean Evenson & Tom Barab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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