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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시

자화상/ 유안진

by 가을, 바람 2014. 2. 25.

 

 

 

 

자화상/ 유안진

 

 

한 오 십 년 살고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이

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 한밤중

뒷뜰 언 발을 말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오 미쳐볼 뿐 대책 없는 불쌍한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수록 새우젓갈 맛나듯이

때 얼룩이 많을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때 묻히고 더럽혀지며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업에 더 집착하여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웠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끊임없는 떠나고 떠도는 것이다

멀리 멀리 떠날수록

가슴이 그득히 채워지는 것이다

갈 데까지 갔다가는 돌아오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살 만한 곳이며

떠돌고 흐르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문득 돌아보니

나는 나는 흐르는 구름의 딸이요

떠도는 바람의 연인이라

 

 

 

Chava Alberstein - Hagan Habil'adi (The Secret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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