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 올라
그불 다 사그라질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 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너에게로 가까히 가기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밑에서
불쑥 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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