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연주원이자 21세기피리음악연구회와 월드음악실내악단 orientallica의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리연주가 손범주가 기획, 작곡, 연주한 음반 「비천(飛天)」.
생황음반으로서는 최초의 음반으로 여러악기와 합주이지만,
생황 음색의 아름다움을 맛 볼 수 있는 창작음악이다. 전통음악인 수룡음과 상령산도 실려 있다.
이 음반은 같은 월드음악실내악단의 맴버로 활동중인 김창수(서울대 작곡과 졸업,
인도 성악 및 기악 10년간 수학)와 김경수(연세대 졸업, 세계타악기 연주가)가 참여하여
함께 만든 음반이다. 이들은 3년전부터 orientallica라는 이름의 실내악단을 결성하여
공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악단은 한국, 중국, 인도, 일본 등 동양의 여러 악기를 바탕으로 각 국의 전통음악을
새롭게 해석하여 세계적 보편성을 확보한 월드뮤직을 만들어 보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되었다.
이들이 추구하는 월드뮤직은 기존의 정형화된 음악적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음악적 환경 속에서 탄생되는 새로운 음악인데, 작곡기법을 중시하는
테마위주의 전통적인 창작품이 아니라 듣기에 편안한 즉, 수용자 중심의 음악 생산에 목적이 있다.
다시 말해 작곡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생산된 '강요된 음악'이 아니라 수용자들의 요구에 의한
'선택된 음악'을 생산해 내고자 하는 것이다.
즉 현대인의 복잡하고 고단한 삶을 위로해 줄 수 있는 '휴식 같은 음악'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선(禪)에 대한 관심이 열병과 같이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명상음악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명상음악들은
대개 전자악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 자연의 소리와는 거리가 있는 음악들이 대부분이다.
호흡을 통해 우주의 기를 모아 태초의 자연인 상태로 돌아가자는 선(禪)에서
이러한 전자음향에 의한 음악을 통해 명상의 깊은 단계로 몰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자연의 재료로 만든 악기야말로 자연의 소리, 즉 우주의 소리를 담은 태초의 소리가 아닐까?
자연의 재료에 바탕을 둔 동양의 악기와 가식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발성(發聲)에 의한
인성(人聲)을 담고 있는『비천』은
자연의 소리에 목말라있는 현대인들의 메마른 마음을 열어 위로하며 편안한 안식을 주기에 제격이다.
이 음반은 손범주가 중국에서 배운 생황을 중심으로
인도의 시타르, 땀블라. 우리의 피리, 대금, 소금, 단소 등과의 화음에 중점을 두었다.
본래 생황은 『삼국사기』, 『악학궤범』 등 우리 나라 옛 악서는 물론 중국의 『수서』,
『구당서』등에도 나오는 유서 깊은 악기이다.
이 음반에 사용되는 생황은 24관 생황으로 중국에서 개량된 것으로
이것을 손범주가 우리음악을 연주하기 알맞게 다시 음고를 조절하여 만든 것이다.
<곡목 소개>
* 천축의 길 (생황:손범주 씨타르:김창수 첼로:서미선 물항아리:김경수) 7:33
한국의 음악사상과 인도의 음악사상은 근본적으로 일치한다. 이는 양국의 음악정서가 인본(人本)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곡은 중국 서북단에 위치한 천산산맥을 기점으로 우루무치와 돈황 지역의 생활풍습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생황과 인도의 시타르가 주요 악기로 사용되는 이 곡은 첼로와 물항아리가 더해져 인도음악이 주는 신비한 분위기, 몽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5음음계를 사용하는 이 곡은 Eb 대신 E를 사용하여 우리 전통적인 오음음계에서 벗어나 인도음악의 선법을 느끼게 한다.
* 비천상 (생황:손범주 시타르/땀부리:김창수 북/물항아리:김경수) 7:30
한국의 성덕대왕신종(일명:에밀레종)에 나타나 있는 비천상을 그리며 만든 소품으로
마음의 평온을 그린 작품. 이 곡 역시 인도음악의 느낌이 강하게 나타난다.
* 허무 (생황:손범주 신디사이저:한은경) 5:54
'
울밑에선 봉숭아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의 선율이 떠오른다. 생황과 신디사이저의 반주로 연주되는
이 곡은 제목 <허무>가 주는 느낌 그대로 허무하다. 주제선율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
* 천향 (생황:손범주 시타르:김창수 특수악기:김경수.권성택.김수용 구음:이주은) 14:02
생황, 시타르, 특수악기에 이주은(국립국악원 판소리)의 구음이 만나 봄의 생명을 나타낸 소품이다. 구음은 음악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반복하여 나오는데, 인성(人聲)이 매우 원초적으로 들린다. 생황의 드르릉하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고요하고 정적인 도입부에 이어 뒤로 갈 수 록 템포가 약간씩 빨라지면서 동적인 느낌을 준다.
* 무→유 (훈/대피리:손범주 러시아오카리나:김창수 소금/대금:최성호) 10:04
훈과 러시아 오카리나의 음울한 지속음이 계속되고 여기에 더해지는 대금 소리 또한 우울하기 그지없다. 후반부의 대금, 소금 등의 우리 악기가 첨가된다.
* 수룡음 (생황:손범주 단소:곽태규) 6:55
이 곡은 대표적인 생황 연주곡이다. 수룡음은 신비한 음색을 지닌 생황과 맑고 깨끗한 단소와의 병주
즉 생소병주로 많이 연주되는데, 곽태규의 단소와 함께 했다.
* 영산회상불보살 (생황:손범주 대금:최성호 가야금/양금:김진경 구음:강권순) 7:10
이 영산회상불보살은 줄풍류 영산회상과 같은 편성으로 평조회상을 연주하며, 취태평지곡으로도 한다.
이 곡 자체가 소나무 향기가 배어나는 산사의 암자에서 취하는 명상과도 같다.